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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데케루』 프랑수아 모리아크 – 고독 속에서 발견한 나 자신의 진실

by 바람의 독서가 2025. 12. 21.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테레즈 데케루 표지 이미지 - 출처: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사 웹페이지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테레즈 데케루 - 출처: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사 웹페이지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테레즈 데케루』(원제: Thérèse Desqueyroux)는 1927년 출간된 프랑스 문학의 걸작입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모리아크는 결혼 제도 속에서 질식하는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침묵 속에서 발견한 나 자신, 억압된 영혼의 몸부림, 진실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세 주제로 테레즈의 이야기가 현대인에게 주는 통찰을 나눕니다.

침묵 속에서 발견한 나 자신

테레즈는 말이 없는 여자였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여자였습니다. 프랑스 남서부 랑드 지방의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부르주아 가문에 시집온 그녀는, 결혼 생활 내내 자신이 느끼는 공허함과 답답함을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합니다. 모리아크는 테레즈의 내면을 섬세한 문장들로 펼쳐 보이며,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듭니다. 재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테레즈는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에게 설명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그녀 자신조차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이것이 바로 침묵 속에서 발견한 나 자신의 시작입니다.

이 장면을 읽으며 저는 깊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행동조차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하지 않습니까? 테레즈가 느낀 침묵은 단순한 말없음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이해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근원적인 소외였습니다. 남편 베르나르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녀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가족들은 체면과 재산, 사회적 지위만을 중요하게 여길 뿐, 테레즈 개인의 감정은 무시됩니다. 모리아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테레즈가 서서히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가는 과정을, 마치 소나무 숲의 안개처럼 짙고 무겁게 그려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크고 작은 침묵 속에 갇혀 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억압된 영혼의 몸부림

프랑수아 모리아크가 탁월한 점은 테레즈를 단순히 피해자나 가해자로 규정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간입니다. 독을 타는 행위는 분명 범죄이지만, 모리아크는 그 행위 이면에 숨겨진 테레즈의 절박함을 이해하도록 만듭니다. 억압된 영혼의 몸부림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그녀는 자유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유가 무엇인지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현재의 삶이 자신을 질식시킨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았습니다. 결혼 전 그녀는 지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사색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사람이었죠. 그러나 결혼 후 그녀는 아내이자 어머니라는 역할에 갇혀, 자신의 정체성을 서서히 잃어갑니다.

테레즈의 몸부림은 특히 남편이 병상에 누워 있을 때 극대화됩니다. 그녀는 간호하는 척하면서도 내심 그가 회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잔인한 솔직함 앞에서 저는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인간 내면의 어두운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배웠습니다. 모리아크는 테레즈를 통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억압된 욕망과 분노를 드러냅니다. 사회는 우리에게 '좋은 사람'이 되라고 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진짜 감정을 부정하고 억누르게 됩니다. 테레즈의 이야기는 그렇게 억눌린 감정이 어떤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이자, 동시에 우리 자신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고 직면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메시지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제 안에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감정들이 있음을 깨달았고, 그것을 외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진실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

『테레즈 데케루』의 마지막 장면은 강렬합니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파리로 떠나는 테레즈는, 비로소 자유로워졌지만 동시에 완전히 고독해집니다. 모리아크는 이 결말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가, 아니면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는가? 진실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테레즈의 이야기는 그 여정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줍니다. 그녀의 선택은 해피엔딩도, 비극도 아닙니다. 그것은 그저 한 인간이 자신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 모두가 각자의 '테레즈적인 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적 기대와 자신의 진짜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 타인의 시선 때문에 진심을 숨기는 순간,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순간 말입니다.

프랑수아 모리아크가 1927년에 쓴 이 작품은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현대 사회는 더 많은 자유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보이지 않는 억압 속에서 살아갑니다. SNS를 통해 만들어진 이상적인 삶의 이미지, 성공과 행복에 대한 획일화된 기준,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진짜 자신을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요? 테레즈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억눌린 감정을 인정하라고, 그리고 용기 있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외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짓된 평화 속에서 질식하는 것보다는, 진실한 고독 속에서 숨 쉬는 것이 더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제 안의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할 수 있었고, 그것이 오히려 저를 더 자유롭게 만들었습니다.

모리아크가 그려낸 테레즈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었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때문에 더욱 진실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소나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테레즈입니다. 하지만 그 숲을 빠져나가는 길은 타인의 기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임을 이 책은 가르쳐줍니다. 진정한 자유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당신도 용기를 내어, 당신 안의 테레즈를 만나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