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은 1983년 발표된 작품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유대인 아하스웨로의 시선을 통해 재해석한 독특한 소설입니다. 이 책은 신성과 인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가 지닌 실존적 질문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이 글에서는 영원한 방랑자의 눈으로 바라본 예수, 인간적 고뇌와 신성의 경계, 그리고 불완전함 속에서 찾은 구원의 의미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신앙과 인간됨 사이의 질문을 품고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저는 단순한 종교 소설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여정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영원한 방랑자의 눈으로 바라본 예수
『사람의 아들』의 가장 큰 매력은 예수를 직접 서술하지 않고, 그를 저주한 유대인 아하스웨로의 증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입니다. 영원한 방랑자의 눈으로 바라본 예수는 우리에게 익숙한 성서 속 완벽한 성자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영원히 죽지 못하고 방랑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아하스웨로는 예수를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인물입니다. 이문열은 이 독특한 화자를 통해 의심하고 두려워하며 고독해하는 한 사람의 인간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예수라는 존재를 신이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아하스웨로가 전하는 예수의 모습에는 인간적 나약함과 고뇌가 가득했습니다. 그는 사막에서 유혹에 시달렸고, 제자들의 배신을 두려워했으며, 십자가를 앞두고 간청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두려워했기에, 그럼에도 자신의 길을 걸어간 그 선택이 더욱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저는 오히려 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문열은 신성을 벗겨낸 자리에서 오히려 더 위대한 인간성을 발견하게 만듭니다. 영원한 시간을 사는 아하스웨로의 시선은 유한한 생을 산 예수의 선택을 더욱 극적으로 부각시킵니다.
인간적 고뇌와 신성의 경계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예수가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인간적 고뇌와 신성의 경계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정말로 신의 아들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신의 아들이라 믿고 싶어 하는 한 인간에 불과한가.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 십자가 위에서의 절규는 단순한 고통의 표현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우리 모두가 살면서 한 번쯤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존재의 불안을 떠올렸습니다.
인간적 고뇌와 신성의 경계 위에 선 예수의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그를 더욱 실재하는 존재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문열은 예수를 신격화하지 않고 인간화함으로써, 오히려 그가 보여준 사랑과 희생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만듭니다. 신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을, 연약한 인간이 두려움을 무릅쓰고 선택했다는 사실. 그 선택의 무게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제 가슴을 눌렀습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보여줍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는 예수가 아닌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불완전함 속에서 찾은 구원의 의미
『사람의 아들』이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불완전함 속에서 찾은 구원의 의미입니다. 예수조차 의심했고 두려워했으며 고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믿는 길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완벽해지려 애쓰느라 지쳐있던 나 자신, 실수할 때마다 자책하던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이문열은 이 작품을 통해 구원이란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도 계속 나아가는 용기에서 온다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아하스웨로는 영원히 살지만 구원받지 못한 존재이고, 예수는 죽었지만 영원히 기억되는 존재입니다. 이 대비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진실하게, 두렵더라도 용기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불완전함 속에서 찾은 구원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덮으며, 불완전한 나 자신을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신 진실함을 선택하는 삶, 그것이 진정한 구원이 아닐까요.
『사람의 아들』을 읽고 난 후, 저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신 진실함을 선택하는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문열이 그려낸 예수는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더욱 위대했고, 그 위대함은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끌어안고도 자신의 길을 걸어간 용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종교 소설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존재의 의미와 선택의 가치를 묻는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불완전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순례자임을, 그 여정 자체가 이미 구원의 시작임을 이 작품은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