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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으로』 김사량 – 어둠을 건너 도달한 존재의 빛

by 바람의 독서가 2025. 11. 1.

빛 속으로 관련 이미지 - 출처: 녹색광선 출판사 공식 계정 페이지
빛 속으로 - 출처: 녹색광선 출판사 공식 계정 페이지

김사량의 『빛 속으로』는 저자 김사량,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재일조선인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 책은 식민지 지식인의 정체성 혼란과 존재론적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역사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 나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빛 속으로'라는 제목이 주는 희망의 울림에 이끌려 책장을 펼쳤습니다. 김사량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식민지 지식인의 내면 풍경

김사량의 『빛 속으로』를 읽으며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주인공의 깊은 고독이었습니다.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에서 교육받고, 일본어로 글을 쓰면서도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릴 수 없었던 인물의 내면은 끊임없이 분열되고 충돌합니다. 작품 속 인물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식민지라는 시대가 강요한 집단적 상처였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일본의 거리를 걸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자문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는 일본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온전한 조선인도 아닌 경계에 서 있습니다. 이 경계는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그에게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선물합니다. 저는 이 장면을 읽으며, 현재의 우리 역시 어떤 형태로든 경계에 서 있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김사량은 인물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풍경과 상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합니다. 어두운 골목길, 흐린 하늘, 희미한 가로등 불빛 같은 이미지들은 주인공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문학적 장치는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과 함께 그 어둠 속을 걸어가게 만듭니다.

빛을 향한 여정, 그 의미

『빛 속으로』라는 제목은 단순한 희망의 메시지가 아닙니다. 이 작품에서 '빛'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가 아니라, 끝없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 그 자체입니다. 김사량이 그려낸 빛은 눈부시게 밝은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간신히 찾아낸 미약한 불빛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미약함 때문에 더욱 절실하고 소중합니다.

김사량 작가는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어떤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그 빛은 타인이 정해준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선택한 것인가? 주인공이 마주한 선택의 순간들은 곧 우리 자신의 선택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불확실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길을 선택합니다. 이 결단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망설임과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현대인이 겪는 실존적 고민과 김사량이 그려낸 인물의 고뇌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인간의 본질적 욕구는 여전히 같습니다. 작품 속 인물이 빛을 향해 나아가듯, 우리 역시 각자의 빛을 찾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통찰

김사량의 『빛 속으로』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오늘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통찰을 전합니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며 여러 문화와 가치관 사이에서 방향을 잃기 쉬운 현대인에게, 이 작품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만의 길을 찾을 용기를 줍니다.

특히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어둠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김사량은 주인공의 고통과 혼란을 있는 그대로 그려냅니다. 그는 독자에게 쉬운 해답을 제시하지 않으며, 대신 어둠 속에서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빠른 해결책과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더욱 소중한 메시지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식민지 시대 조선인 지식인이 겪었던 아픔을 기억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김사량이 남긴 문학적 유산은 우리에게 역사의식과 더불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선물합니다.

『빛 속으로』를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저는 한동안 여운에 잠겼습니다. 이 책은 제게 삶이란 완성된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며 나아가는 여정임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김사량이 그려낸 빛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작은 빛은 더욱 선명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 빛을 향해 걸어가는 용기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능력이라는 것을 이 책은 증명합니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작품을 권하고 싶습니다. 당신 안에도 분명 빛이 있으니까요.